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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정말 위험자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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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든 주위 소문으로든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는 얘기는 자주 들려온다. 사실 주위에서 찾을 것도 없이 나도 아버지가 주식투자를 하시다가 큰돈을 잃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주식은 위험자산이라는 고정관념이 심어지게 된 것 같다.

 

근데 최근 주식시장의 호황을 맞아 사람들은 주식이 위험하지 않은 자산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근데 좀 이상하다. 주식시장의 가격이 떨어지면 위험하고 오르면 안전하다? 주식도 경제도 돈도 국가도 사람도 상승하기도 하고 하락하기도 한다. 주식은 수천 종목이 있고 사람은 수십억이 있는데 이를 그냥 싸잡아서 안전하거나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도대체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의 기준을 무엇이란 말인가?

 

주체를 주식투자에서 사람으로 바꿔보았다. 그럼 사람은 위험한 존재인가 안전한 존재인가? 가령 철수는 사이코패스라서 사람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니까 위험한 존재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희는 열심히 일해서 봉사도 하고 주기적인 선행을 지속하니까 안전한 존재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근데 어느 날 영희가 갑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선행을 빌미로 돈을 빌리기 시작하더니 종적을 감췄다. 아, 역시 사람은 위험한 존재인 것인가? 이런 식으로 판단하면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씩 사람은 위험과 안전이라는 갈림길에서 널뛰기를 해야 한다.

 

안전과 위험에 대한 판단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각 구간별로 내려야 한다. 주식은 위험자산이라거나 OO전자는 위험 종목이다 라는 명제 자체가 틀렸다. 주식은 어떤 기업을 상대로 어떤 구간에 어떤 전략으로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위험과 안전이 갈리는 것이지 주식투자 자체의 본질을 두고 위험하거나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허구의 실체

국가나 돈의 존재는 사실 만질 수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실체가 없는 허구다. 화폐는 교환의 편의성을 통해 그 힘을 증대시키고자 증서를 만들어서 실체가 있어 보일뿐 실제 종이나 동전이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종이나 동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숫자로 찍힌 것들도 다 같은 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그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그 상상을 공유하는 자들 간의 약속으로 국가나 돈의 힘이 결정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민족성이라는 것도 허구인데 이 민족성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이용하여 개개인을 하나의 강력한 힘으로 통합시킬 수 있게 된다. 이 것이 중국이 사용하는 방식 중 한 가지다. 미국은 이 민족성보다는 돈이라는 허구의 매개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고 미국이라는 강력한 국가를 운영한다. 그것이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인류 최강 상상력의 산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도 허구일까? 돈은 활용도가 높아서 의식주에 필요한 것들을 교환할 수도 있고 주식도 교환할 수 있지만 주식은 돈으로 교환하거나 그 주식을 발행한 기관(기업)의 경영권을 일부 행사할 수 있다(물론 소액주주들에게는 의미 없지만). 돈은 돈을 발행한 기관(국가)의 경영권을 가질 수는 없다(다만 큰 영향력을 끼칠 순 있다).

 

어쨌든 돈이나 주식이나 그 둘의 성격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결국 기업이나 국가에서 상상력을 바탕으로 발행한 허구일 뿐이다. 상호 간의 협의가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먹으면 실제로 배가 부르고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음식 같은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돈의 실체

주로 주식투자는 위험하다고 하지만 현금 보유는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이렇게 통칭해서 안전과 위험을 판단할 순 없다. 기본적으로 주식투자는 각 기업에 따라, 그리고 돈은 각 국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즉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주식증권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위험한 것이고 마찬가지로 돈을 벌지 못하는 국가의 화폐를 들고 있으면 위험한 것이다.

 

근데 주식을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 위험이 눈에 실시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방대한 자료나 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트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 가격을 눈으로 계속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처럼 자극적인 변동률을 받아들인 뇌에서 위험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불안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돈은 어떨까? 돈의 가치도 분명 시시각각 변화한다. 다만 그것을 수치화, 시각화하지 않았을 뿐. 물론 주식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낮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 변동성이라는 것이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돈이나 주식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결국 돈도 레버리지를 붙여서 변동성이 큰 것처럼 시각화 한다면 주식과 다를 바 없이 쉽게 위험자산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돈은 위험자산인가에 대한 질문에 몇 가지 조건을 붙이면 답을 알 수 있다. 국가가 성장하고 있거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돈이 안전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물론 그 반대로 국가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면 돈의 가치는 우하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현재 한국은 저성장 국면에 있음으로써 돈의 가치는 물가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판단하건데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통화도 안전자산이라고 볼 수 없다. 즉 돈을 그냥 은행에 저금해 두는 것은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다른 기초자산들의 가치는 점점 상승하는데 비해 성장성은 정체되어 실적이 점점 우하향 된 주식 종목을 들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우하향 하는 주식 종목을 들고 있으면 못 참고 손절하지만 돈은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물론 이와 같은 관점은 앞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국가의 경쟁력에 따라 바뀌는 문제이니까. 모든 판단은 각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내려야 한다.

 

결론

주식도 국가도 돈도 단순히 위험하다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각각 기업이나 국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이고 각각의 주체는  본질적인 가치 자체가 없는 허구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나 돈이나 주식이나 다 같은 허구일 뿐 거기에 감정적인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 국가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고 국가를 원망할 필요도 없고, 내가 산 종목만 하락한다고 주식시장이나 세력을 탓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다 허구일 뿐 그 허구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본인 탓을 해야 한다. 그저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실체가 없는 것들일 뿐이다.

 

인류의 기본 욕구인 생존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면 본질적인 가치를 알 수 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선 의식주가 필요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법칙에 따라 돈이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허구이지만 결국 우리는 실체를 얻기 위해 실체가 없는 것을 잘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허구를 잘 다루기 위해 돈을 이해해야 하며 돈을 이해하고 나면 감정적 소모 없이 돈을 잘 이용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돈은 감정적 동요가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흐른다. 감정은 본질적 가치 판단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쓸모는 다른 곳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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