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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1년간 매일 만보를 걷고 깨달은 것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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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를 선택한 이유


원래 운동이라는 것은 땀을 흘려야 하고 운동 후 근육통이나 피로감을 통해 운동을 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골랐던 운동은 주로 달리기, 수영, 피트니스 등. 하지만 이런 운동들을 하면서 단 한순간도 즐겁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달리기를 선택했던 동안은 하루 종일 오늘은 무슨 핑계로 달리지 않을까를 고민했고, 수영은 그냥 물에 둥둥 떠서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피트니스는 그냥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런 운동들을 꾸준히 하는 몇몇 사람들은 말한다. 운동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성취감을 위해 하는 거라고. 나도 처음엔 그 성취감이라는 놈을 위해 열심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간의 본능에 따르면 그렇게 과정 자체가 고문과도 같이 괴로운 행위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들은, 본인들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상대적으로 과정을 즐기고 있다. 어느 정도 고통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박차고 뻗고 들어 올리는 행위 자체에서 쾌감을 느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것에 대한 근거는 없다. 사실 단순히 끈기가 없는 나를 대변하고자 하는 말을 늘어 놓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내 논리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어쨌든 어떤 이들은 고통스러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합리화를 결심했다. 강도 높은 운동 대신에 강도는 좀 낮아도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걷기다.

 

젊은 사람에게 걷기가 무슨 운동이 되겠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주말에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고 월요병에 시달리기보다는 쉬는 날일지라도 만보라도 걸어서 몸의 혈액순환을 시켜주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1년을 해보니까 분명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겠더라. 효과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려고 한다.

 

처음엔 나도 걷는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분명 있었다. 저녁 먹고 꾸준히 산책하는 사람이 스스로 요즘 운동 열심히 한다고 말하지는 않지 않은가? 그만큼 만보를 걷는다는 것이 과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긴 했었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삶의 움직임일 뿐인 것을 운동으로 만들어서 운동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만 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일단 아무 생각 없이 매일 걷기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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