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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1년간 매일 만보를 걷고 깨달은 것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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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의 힘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도 운동은 지속해주는 것으로부터 강력한 효과가 발휘된다. 좀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3개월 간 하루 10시간씩 죽을힘을 다해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기보다는 하루 1시간이라도 꾸준히 3년 이상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단기간에 집중하면 그 순간에는 눈에 띄게 변화되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지속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당연하게 생각될 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근시안적으로 계획하고 행동한다. 올해 여름엔 꼭 멋진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뽐내야겠다는 생각으로 3개월에서 6개월의 기간을 잡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물론 정말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계획한 기간보다 더딘 결과에 실망하고 곧 포기하고 만다. 

 

하루만 3시간 동안 운동하고 멋진 광배근을 얻을 수 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매일 3시간씩 1년동안 운동을 해야 원하는 근육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반대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할 것이다. 하루는 할 수 있는데 왜 1년은 하기가 힘들까? 그것은 바로 보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눈앞에 보상이 빨리 주어지지 않으면 불안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보상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행동을 1년간 지속하라고 한다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공부, 운동, 업무 등 옳은 방향으로 꾸준히 하기만 하면 대부분 그에 응당하는 보상이 따르게 되어있다. 정보화 시대에 따라 올바른 방향이나 방법 등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다. 이제 더 이상 몰라서 못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공략집은 잘 보고 따라 하면서 인생 공략집은 무시하고 나는 운이 없다거나 타고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며 대다수가 실패의 길을 걷는다.

 

단기간에 손가락만 까딱하면 성과를 얻는 방법은 도박밖에 없다. 도박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결과만 보면 큰 보상이 주어지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을 확률도 높다. 어떤 도박이 가장 쉬운 방법인지 찾기보다 '지속'이라는 이미 증명된 가장 확실한 방법을 통해 합리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장 확률 높은 인생의 공략법이다.

 

 

지속하기 위해서


 

지속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는 불안감이다. 그렇다면 그 불안감은 왜 오는 것일까? 인간은 한정된 시간속에서 살아간다. 끝이 있는 삶 속에서 불확실한 보상을 기대하며 고통속에서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으로 부터 불안감이 생겨난다. 키워드는 '욕심'과 '고통'에 있다. 보상을 기대하는 것은 곧 욕심을 의미한다. 물론 그렇다고 욕심을 버리고 무소유의 종교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상에 집착하기 보다 행위를 하는 그 순간에서 즐거움을 찾고 보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기대하면 된다. 항상 자신의 그릇보다 크게 기대하고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운동에 이 논리를 접목시켜 보자. 평생 달리기라곤 질색하며 살아오다가 갑자기 매일 5km를 뛰겠다는 목표를 잡기 보다는 스스로 뛸 수 있는 만큼 혹은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의 강도나 횟수를 설정하는 것이다. 처음엔 500m를 뛰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차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늘려가면 된다. 혹은 달리기가 너무 힘들다면 걷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비록 성과는 조금 더딜지 몰라도 지속 가능하다면 중간에 포기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불안감에 대한 고통에서도 해방된다. 

 

이 방법은 젊은시절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예체능 계열의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용없을 지 모른다. 그들은 매일 고강도로 훈련을 하면서도 지속해야만 그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 수 있기 떄문이다. 때문에 이들의 방법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방법으로, 매일 고통과 불안감에서 열심히 노력해도 그 분야에서 괄목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사정이 다르다. 우리의 목적은 '건강'이며 이것은 20대 이전에 이뤄야 하는 급한 과제가 아니다. 금메달이 목적이 아니라 건강이나 미용을 목적으로 둔다면 우리는 조금 더 천천히 채워가도 된다.

 

나도 처음엔 강도 높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위해 수 차례 시도해 봤다. 하지만 고통에 의한 핑계는 수 없이 늘어났다. 비가 와서, 배가 아파서, 감기 기운이 있어서 달리는 것을 미루다 보면 결국 중간에 포기하게 됐다. 보통 3개월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그저 스스로에 대한 게으름, 의지박약 등을 탓했다. 하지만 문득 이 상황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으름은 인간의 본능인데 본능을 거스르는 일 보다는 상황이나 환경을 바꾸는 편이 훨씬 쉽다고 판단했다. 본능을 거스를 만큼 뛰어난 인간이 아니며 운동을 본래 싫어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내 자신을 받아들였다.

 

이것은 언뜻 내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합리화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점은 합리화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중간에 포기하느냐 혹은 결국 어떻게든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느냐에 있다. 본능을 한순간에 거스르긴 힘들다. 처음에는 본능에 조금 양보하는 타협점을 찾아서 지속하고, 지속적인 행위를 통해 습관을 만들어 조금씩 그 타협점을 유리하게 가져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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