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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1년간 매일 만보를 걷고 깨달은 것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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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대신 운동


주위엔 항상 운동을 즐기는 이들이 존재한다. 언제든지 틈만 나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 하나를 던지고 굴리며 기쁨을 만끽하는 부류는 내 입장에선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마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협동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몸을 움직인 후 나른해지고 축축해지는 몸뚱이를 받아들일 만큼 넉넉한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마 운동을 좋아하는 그들이라고 나른함과 축축함 까지 즐기지는 않았으리라. 분명 불쾌함을 상쇄시킬 만큼의 어떤 즐거움이 그들의 몸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즐거움은 무엇이란 말인가?

 

운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즐거움의 원인에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엔도르핀은 뇌에서 분비되며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마약인 모르핀보다 100배나 강하다고 한다. 체내에서 분비되지만 분명 마약과 같이 중독되는 특성이 있어서 한번 엔도르핀의 맛을 보면 그 행복감이나 도취감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어 진다. 하지만 엔도르핀은 생각보다 쉽게 분비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교적 고강도 운동을 1시간 이상 해야 유의미한 양의 엔도르핀이 분비되는데, 이는 통증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겐 엔도르핀이 분비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마약은 처음 한 번의 시도에도 중독된다. 한번 맛을 보면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엔도르핀도 마약의 일종이기 때문에 한번 엔도르핀의 맛을 보게 되면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강도의 운동을 통해 엔도르핀을 이끌어 내는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이 경험은 본인의 의지 혹은 강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나는 군대에서 이것을 강제적으로 경험했다. 그래서 그 엔도르핀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원래 운동을 즐기지 않더라도 이 체내로부터 나오는 마약의 힘을 빌리게 되면 운동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체질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마 운동을 즐기는 자와 즐기지 않는 자 사이에는 태생적인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운동을 즐기는 자는 비교적 엔도르핀이 쉽게 분비된다거나, 운동을 즐기지 않는 자는 운동으로부터의 고통에 더욱 민감하다거나 하는 등 말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도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다. 비록 엔도르핀의 맛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운동 그 자체를 즐기게 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나, 엔도르핀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이 몸의 변화를 만들어 운동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운동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되면 그 과정의 고통보다 그 결과의 희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운동에 동기부여가 필요한 이들에겐 엔도르핀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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