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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1년간 매일 만보를 걷고 깨달은 것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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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은 이들에게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라’ 만큼 고리타분한 말은 없을 것이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얘기이고, 그걸 몰라서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비록 고리타분한 얘기일 지라도 운동이라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혹은 관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조금은 구미가 당길만한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여전히 사실 운동을 하지 않으려는 수백 가지의 핑계로 무장한 흔한 사람 중 하나다. 소위 ‘3대 500’은 꿈도 못 꾸고, 그 흔하다는(유튜브에 보면 널리고 널린) 식스팩도 없다. 따라서 절대로 내가 운동에 대한 어떤 대단한 업적이나 괄목할만한 성과를 근거로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 지난 과거에 비해 운동을 통해 변화된 현재의 여러 부분들에 대해 공유하여 어떤 소수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운동의 비밀


 나는 과거에 운동이라는 것을 굉장히 단순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즉, 운동을 하면 신체적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단순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주위에 많이 있다.

 

언젠가 친구들과 모여서 술, 담배 혹은 운동과 건강에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 중 한 명은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에 회의적이라고 했다.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가 더 건강에 안 좋다는 논리였다. 뿐만 아니라 매일 열심히 운동하는 시간이 낭비라는 말도 덧붙였다. 운동 한만큼 오래 살아봐야 그 시간만큼 낭비했으니 결국 오래 사는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나는 당시 그 얘기를 들으며 나름대로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나는 그 생각에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판단한다. 예컨대 20대 청년이 열심히 운동하는 목적이 단지 장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다소 우스운 발상이 아닌가. 운동의 목적을 그저 장수에만 편입시키는 단순한 논리는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운 빠지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운동이라는 그 과정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혹은 외적인 모습을 가꾸어 냄으로써 얻어지는 만족감,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쟁으로부터 쟁취할 수 있는 성취감 등의 다양한 목적들 중 하필이면 ‘장수’라는(물론 장수도 충분히 매력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목적 하나에만 매몰되어 시간낭비 취급을 받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은 '건강한 장수'를 원하는 것이지 앞뒤 분간 못하고 벽에 똥칠하며 장수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운동이 그 '건강한 장수'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에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운동이라는 것에 좀 더 복합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계기는 군입대라고 말할 수 있다. 더 정확하게는 군대에서 거의 강제적으로 4개월간(공군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일반 병사 훈련보다 다소 긴 기간 동안) 높은 강도의 운동, 아니 훈련을 한 이후로 신체를 단련하는 일에 굉장한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첫 번째로 깨달은 것은 신체능력의 변화에 따른 지적 수준의 향상이다.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 따위의 주제로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그 효과를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굉장히 놀라웠다. 마치 만화 속에서 본 것처럼(어떤 마법의 힘을 가진 자가 주인공의 이마에 손을 올리니 잠재되어 있던 힘이 솟아올라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처럼) 갑자기 뇌 구조가 바뀐 것 같은 상쾌함을 느꼈다. 뇌가 눈을 떴다고 얘기하면 약간 과장일지도. 물론 그것으로 인해 갑자기 우주의 법칙이 수식으로 떠올랐다거나 하는 등의 천재성이 발휘된 것은 아니다. 본디 변비를 앓던 사람이 쾌변을 보기 시작하게 된 것처럼, 그제야 정상적인 작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자신감은 외적인 부분보다는 내적인 것에 더 가깝다. 물론 운동으로 외적인 자신감을 얻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군대 이후 외적인 모습은 뼈다귀만 앙상한 해골에 가까웠으므로 오히려 자신감을 잃었어야 맞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혹독한 훈련을 이겨냈다는 사실 만으로도 꽤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이 혹독하다는 표현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는 생에 처음 겪어보는 강도 높은 훈련이었고, 그 4개월 동안 15kg가 빠질 정도였으니 혹독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입소 후 1.5km를 8분 30초에 주파해야 하는 기본 체력검사를 간신히 통과할 정도로 체력 수준이 낮았는데 훈련 이후에 3km를 11분에 끊었으니 대단한 발전이 있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일과가 달리기로 시작해서 달리기로 끝나니, 달리기가 늘지 않을 수가 없다. 훈련 중 첫 휴가 때 집으로 가는 길에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깃털같이 가벼운 몸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체험했다. 그렇게 변화 전에는 불가능하게만 느꼈고 남 얘기 정도로만 여기던 것들이 가능해지니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리가 없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뭐 그런 종류의 자신감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이뤄낸 경험은 앞으로의 인생에도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그렇다. 그 무언가를 이룬 경험이 운동에서 느낀 마지막 비밀이다. 그러한 경험은 비단 운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운동이든, 공부든, 혹은 일이든 간에 극한에 상황을 견뎌내고 얻어낸 경험치는 그 분야에서 비약적인 도약을 만들어낸다. 어떤 분야든 사실 원리는 비슷하다. 한 분야에서 얻어낸 경험을 통해 원리를 깨닫게 되면 다른 분야는 비교적 쉽게 경지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 어차피 모든 것은 자연의 법칙 아래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비밀에 조금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면 단순한 지식이 되지만 몸소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끼게 되면 비밀의 섬에서 찾은 보물보다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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