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전자 밴드나 워치에는 걸음수를 측정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물론 이런 웨어러블 장비 없이 그냥 스마트폰으로도 걸음수를 체크할 수 있다. 나는 샤오미에서 만든 미밴드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매일 목표 걸음수를 입력하여 연속 달성일까지 기록된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기록을 해주고 모바일로 항상 확인하며 자율적인 강제성을 부여하니 꾸준히 이어가기가 더 쉬운 것 같다. 자율적으로 강제성을 부여하면 압박감은 덜 해서 스트레스는 줄어드는 반면 동기부여의 효과가 있어서 중단하고 싶지 않게 된다.
회사에 출퇴근만 해도 5천보 정도를 걷게 되는데 만보를 채우고자 점심 먹고 걷고 퇴근 후 좀 모자라면 저녁 먹고 걷게 된다. 만보를 채우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좀 모자라면 조금이라도 걷게 되는 아주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다.
만보를 걸으려면 약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이걸 한번에 채우려면 시간도 꽤 걸리고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생활에서 좀 더 걸으려고 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걷는다거나, 일부러 버스도 한정거장 전에 내려서 좀 더 걷는다거나. 특히 주말에 그 효과가 크다. 원래 주말에는 하루 종일 아예 밖에 안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만보를 채워야 하니까 어떻게든 나가게 된다. 주말 이틀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면 몸도 엄청 찌뿌둥해지고 월요일이 되면 정말 월요병이 씨게 오는데 걷기를 시작한 이후로 월요병이 많이 줄었다.
걷는 것은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는다. 비가 오면 그냥 집에서 왔다 갔다 걸어도 되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땐 달리기는 엄두도 안 나지만 걷는 것은 별로 어렵지도 않으니까 그냥 걷지 뭐라는 생각으로 일단 나가게 된다. 즉, 핑계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냥 생각 없이 만보를 채우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몇 달간 하면서 몸이 많이 망가질 수도 있었는데 걷기를 지속해오고 있던 터라 매일 만보를 빼먹지 않아서 그런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걷기 덕에 긴 휴가 이후에 찾아오는 우울감이나 몸의 이상신호가 점차 사라지게 됐다.
초반엔 가끔 만보를 채워야 한다는 걸 까먹기도 해서 9990보 까지 채워놓고 자버린 적도 있다. 만보를 채우면 밴드에서 진동으로 알려주긴 하는데 가끔 그냥 잊기도 했었다. 그래서 1년을 걸었지만 연속기록 365일이 채우진 못했다. 70일을 한번 날렸고, 80일도 한번 날려서 총 150일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오늘로써 421일째 걷고 있다.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이제는 팔에 진동이 안 왔다면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니 만보를 안치우면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밴드를 확인하게 될 정도로 습관이 되었다. 걷기라서 이렇게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는데 본인에게 처음부터 너무 힘든 운동을 시작하면 그만큼 습관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이제 걷기를 습관으로 만든 경험이 있어서 다음 단계로 갈 자신감마저 생겼다. 머지않아 달리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걷기를 해보니 최소 반년은 해야 습관으로 자리 잡고 1년 정도 하니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달리기도 매일 1년을 하는 걸 목표로 잡아야 할 것 같다.
다음엔 아마 1년간 매일 달리기를 하고 깨달은 것들에 대한 얘기를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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