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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육아일기 29. 맞벌이 부부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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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6일 화요일 (+108)


아내의 출근


 

 

지난 6월 23일부터 아내가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출근을 기점으로 우리의 생활패턴은 전면 조정됐다.

 

이전에는 내가 출근하고 장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시면 장모님이 음식을 해주시며 아림이를 봐주고 아내는 아림이의 젖을 먹이는 등 육아를 함께 했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면 장모님이 해주신 저녁을 먹고 남은 젖병을 설거지하고 아이와 조금 놀아주거나 분유를 먹이고 재웠다.

 

이제 나와 아내 모두 출근하므로 장모님이 우리집에 오시는 것은 비효율 적이라 비교적 늦게 출근하는 내가 아내와 같이 나가서 아림이를 장모님 댁에 맡기게 됐다. 그리고 저녁에 장모님 댁으로 모여서 저녁을 먹고 아림이를 데리고 집으로 귀가한다.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아침에는 좀 일찍 일어나며 나서야 하고 저녁에는 늦게 집에 귀가하게 됐다. 게다가 아내가 출근해서 착유해야 하기 때문에 착유에 필요한 젖병이 더 늘어나서 설거지 거리가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저녁 먹고 집에 귀가하면 이미 10시 정도가 되는데 젖병을 설거지하고 나면 11시가 다 된다. 젖병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육아하면서 체력이 부족함을 느껴서 체력 보충을 위해 조깅 운동까지 하고나면 12시가 넘어서 다른 걸 할 시간도 없이 곯아떨어진다. 그나마 출근시간이 여유로워서 견딜 만 하지만 저녁에 따로 운동이나 공부를 할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것에 타격이 있다.

 

그래도 장모님이나 아내를 보면 불만을 가질 수 없다. 장모님은 오전 9시에 아이를 받아서 육아에 가족들 저녁식사까지 모두 준비해야 한다. 거기다가 저녁을 만들면서 우리 점심 분량까지 만들어서 도시락을 싸갈 수 있도록 해주신다. 밖에 나와서 산지 10년이 넘으니 누군가 밥을 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됐다.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내는 또 어떤가. 3개월간 휴직을 했다곤 하지만 출산 후 컨디션이 확 바뀐 몸을 이제서야 좀 추슬러 출근을 해야 한다. 출근을 해서도 2번씩 착유를 해야 하는데, 아침에 젖병 및 기구들을 챙겨 갔다가 퇴근하면서 착유한 모유를 아이스 박스에 담아 다시 들고 와야 한다. 출근 직전이나 퇴근 직후에도 모유를 수시로 먹여야 한다. 나는 단지 생활 패턴이 좀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내는 몸의 활용 자체가 달라졌다.

 

이러니 내 시간이 좀 줄어들고 설거지거리가 늘었다고 불만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다들 육아를 위해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있다.

 

 

 

 

아이를 장모님께 맡기고 오며


 

아림이를 장모님이 돌봐주시는 것에 대해 무한 감사를 드리긴 하지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알고 있다. 아이는 부모가 직접 놀아주며 키워야 한다는 것이 내 육아 철학이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아이를 무척 잘 봐주시긴 하지만 아이와 부모 간의 유착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어린시절, 분명 나의 부모님도 나를 돌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을 거라 생각은 들지만 정작 현재는 외롭고 쓸쓸한 기억만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아마 내 어린 시절 기억 때문에 부모의 돌봄과 가정의 화목에 강하게 집착하게 된 것 같다.

 

어쨌든 아이를 내 손으로 잘 키우겠노라 다짐해왔지만 결국 현재는 선택권이 없다.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선택지는 오히려 아이뿐만 아니라 온 가족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제외됐다. 하지만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일을 그만두고서라도 아이를 돌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경제적 준비도 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 앞에 결국 아림이를 장모님 손에 넘기며 바쁘게 철문을 닫고 뒤돌아 서는 마음은 매콤 뭉클하다. 아림이의 알쏭달쏭한 표정을 보며 여러 상상을 하게 된다. 아림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왜 낳았느냐며 원망을 했을까? 아니면 책임 질 능력도 없는 아빠를 보며 안쓰러워했을까.

 

 

 

 

터미 타임과 뒤집기


 

아림이의 운동능력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엄마 아빠가 잼병이기 때문이다. 역시 기대하지 않은 만큼 목을 가누는 거나 상체를 일으키는 등 육체적 성장은 빠르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엔 괄목할 성적을 내고 있다. 지속적인 터미 타임을 가지다 보니 결국 상체를 들고 몇 초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뒤집기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상체 들어 올리기 성공 포인트는 관심 유발이다. 아이를 그냥 뒤집어 놓으면 아이는 상체를 들어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냥 엎어져 있거나 다시 뒤집어 주길 바라며 칭얼댈 뿐이다. 따라서 아이가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을 머리 맡에 두어 상체를 들어올리면 볼 수 있도록 유도 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가 그 물건을 보기 위해서 상체를 들어올리기 시작하고 그 시간을 점차 늘여가게 된다.

 

상체를 들어올릴 수 있게 되자 가끔 뒤집기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로 배가 고프거나 심심해서 짜증이 날 때 몸을 비틀며 뒤집기를 시도하곤 했다. 근데 어느 날 잠시 아이를 침대 위에 두고 눈을 뗀 사이에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아이가 뒤집어 있는 게 아닌가. 다시 똑바로 눕히니 곧바로 다시 뒤집어 버렸다. 설마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 녹화버튼을 누르고 다시 똑바로 눕혔는데 끙끙대며 결국 뒤집어 버렸다. 첫 뒤집기는 보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연속 3번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기특하다.

 

조금 느리거나 약간 부족해도 괜찮다. 아이도 부모도 아이의 성장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아림이가 쑥쑥 잘 자라서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배웠으면 좋겠다. 성장의 고통과 성취 모두 소중한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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