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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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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8일 일요일 (생후 8일)


육아, 나름 재밌긴 한데


복통도 다 끝났겠다, 상쾌한 몸상태로 육아에 매진하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아직 며칠 되진 않았지만 이것저것 손에 익다 보니 나름 재미까지 생겼다. 특히 속싸개로 아림이를 예쁘고 깔끔하게 잘 싸맨 후 아림이가 안정감 있는 제스처를 취할 땐 아주 만족스럽다.

 

속싸개에 꼼짝못하는 아림이

아림이도 점점 뽀얘지고 예뻐지다 보니 점점 더 육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끔은 어딘가에 홀려 전업주부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 이럴 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위험하다. 아직 일주일도 안된 초보 아빠의 객기일 뿐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홍콩에서도 맞벌이가 흔하다 보니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콩에는 주로 헬퍼(Helper)라고 불리는 보모를 고용하여 육아나 가사를 맡긴다. 보통 헬퍼라고 하면 대부분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홍콩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홍콩 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고용이 이루어진다. 우리도 아이를 가져야 하는 시점에 헬퍼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순 없었다. 하지만 헬퍼를 받아들일 수 없는 확고한 나의 주관 때문에 결론적으로 헬퍼를 고용하는 대신 장모님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헬퍼에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내 아이가 다른 사람 손에 길러진다는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다. 사실 장모님께 도움을 받는 것 또한 궁여지책일 뿐 웬만하면 내가 일을 그만두더라도 육아를 맡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홍콩의 높은 집값과 생활비에 아내와 나, 둘 중 하나라도 일을 그만두게 되면 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아이를 내손으로 기르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아이를 궁핍하게 기를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래도 장모님이라도 맡아주실 수 있다고 하시니 다행이지, 이것조차도 어려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헬퍼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낯선 이에게 아이를 맡기면 기본적으로 아이의 안전에 대해 불안한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도 언어나 문화를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아이가 정말 내 아이가 맞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특히 헬퍼는 주로 다른 국가의 사람들을 고용하는지라 더욱 그런 문제가 걱정된다. 한국인가 홍콩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필리핀 사람의 손에 길러진다면 과연 그 아이는 한국인이 될까 홍콩인이 될까 필리핀인이 될까?

 

이 문제는 그저 인종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인이면 어떻고 필리핀인이면 어떻겠는가. 다만 한국이나 홍콩이 아닌 필리핀의 문화나 행동양식에 익숙한 아림이는 과연 나와 아내와의 유대관계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이다. 아림이가 잘 자라서 성인이 된 후에는 세상의 어떤 관념을 따르든 상관없겠지만 부모의 책임이 따르는 시기만큼은 내 철학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욕심 이리라. 내 철학을 잘 받아들여 세상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사람으로 잘 성장하는 걸 보는 것이 부모에겐 가장 어리석은 행복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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