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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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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5일 목요일 (생후 5일)


드디어 집으로


아림이의 황달수치가 드디어 232까지 떨어졌다. 아직도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250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귀가 조치 후 경과를 더 지켜보자고 한다. 나는 서둘러 아내가 요청한 옷가지와 아이 기저귀 등을 챙겨 장모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오전에는 복통이 좀 괜찮나 싶더니 오후 병원에 도착할때 쯤 다시 복통이 심해졌다. 그렇지만 드디어 아내 그리고 아림이와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

 

QE병원은 홍콩의 Public Hospital 중 의료 시설이나 서비스는 양호한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의시설은 좀 낙후돼 있는 것 같다. 11층 구조의 건물인데 에스컬레이터도 없다. 오래된 병원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없으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엘리베이터는 전 직원들과 환자들이 사용하다 보니 항상 만원이고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꽤 길다. 아내는 11층에 머물고 있는데 5층정도라면 그냥 계단을 이용하겠지만 11층을 장모님과 함께 오르기엔 좀 버겁다.

 

일단 겨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 도착하여 아내에게 필요한 물품을 건내주고 나는 다시 내려가서 병원비 결제(HKD 1,890)를 한 후 약을 수령하러 갔다. 근데 하필이면 기저귀를 건네주는 걸 잊어서 일단 Pharmacy에 접수를 해놓고 다시 기저귀를 건네러 11층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역시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11층을 단숨에 올라가는게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기저귀를 얼른 건네주고 다시 약국으로 가서 대기를 했다.

 

약을 수령하면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약 수령 대기가 길어져서 꽤 오래 기다렸다. 1시간쯤 기다렸을까, 겨우 차례가 와서 약을 수령한 뒤 아림이에게 조그마한 병균이라도 옮을 새라 빠르게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아내 그리고 아림이와 함께 한지붕 삶을 그려보니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복통이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집에 도착하여 아내와 함께 아림이에게 모유 및 분유도 먹여보고 기저귀도 갈아주며 초보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 아림이를 돌봤다. 하지만 복통이 점점 심해지자 일그러지는 표정과 몸짓에 아내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일단 병원으로 가라는 아내의 말을 듣지않고 버텼다. 어차피 병원으로 가봐야 대기만 2-3시간, 결국 장염 따위의 처방을 받고 약봉지나 받아볼게 뻔했다. 육아 첫날부터 서투른 육아 솜씨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복통까지, 새벽에 아주 혹독한 육아 신고식을 치뤘다.

 

대기시간에 복통으로 고생하느니 그냥 집에서 편히 쉬는게 빨리 나을 것 같았다. 내 몸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니. 하지만 아내는 고집부리는 내 모습에 화가 난 모양이다. 아내도 이제 막 퇴원한 환자인데 내가 그 앞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니 짜증이 날 법도 하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덜 성숙한 모습을 보인것에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일까지도 복통이 심하다면 병원에 가기로 약속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천사같은 아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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