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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적기

나는 INTJ다. (feat. INFJ와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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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MBTI 성격검사를 하면 INTJ라는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성격 테스트를 하면 INFJ가 나왔었다. F에서 T로 성격의 변화가 생긴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1.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감능력을 탑재 한 페르소나

20대 초반, 4년간의 공군 부사관 시절은 INTJ에게는 정말 지옥과도 같은 첫 사회생활이었다. 불합리, 비효율 그리고 정치가 판치는 고인물들의 세상. 나는 왜 다른 부서 선임들이 맨날 우리 부서로 와서 줄창 커피만 마시고 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나는 바빠 죽겠는데 왜 일은 안하고 돌아다니면서 커피나 마시는거야? 근데 그렇게 살갑게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이 평판도 좋고 진급도 잘 하더라.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울리지도 않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척, 공감하는 척, 관심있는 척,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살다보니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아마 그래서 성격 검사를 할 때도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반영 되었던 것 같다.

2. 본래 F였으나 수 많은 감정소비로 후 결국 메말라 버림

두 번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다. 사랑 혹은 사람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다보니 그러한 감정소모의 비효율성에 대해 깊이 고심하는 일이 많았다. 내가 그렇게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내 스스로를 점점 잠식 시킨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감정이라는 인간이 가진 가장 비효율적인 단점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감정이 없는게 아니다. 그냥 그 감정소모가 아까울 뿐.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감정이 인간사회에 충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내 개인적인 용도에서 '비교적' 불필요 하다는 의미다.)

INFJ 였을 때, 그리고 INTJ가 된 이후 생각의 차이는 이렇다.

사랑

F: 이 사람이라면 내 목숨도 바칠 수 있지 않을까?
T: 이 사람이라면 같이 있어도 기가 안 빨리는구나. 너무 편하다.

대인관계

F: 사람들 말에 귀기울이자.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T: 왜 세상 사람들은 다 ㅂㅅ이지? 역시 혼자가 편해.

정치

F: 정치는 작게나마 내가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는 수단.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깨끗한 사람을 뽑야야 해.
T: 무슨당이 이기든 나랑 별로 상관없다. 이기는 편이 내편. 누가 되는냐에 따라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시뮬레이션이나 돌려봐야지.

슬픈 영화를 보고

F: 아, 슬프다. 저 사람은 얼마나 괴롭고 슬플까?
T: 아, 슬프다. 나는 만약 저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대처해야겠다.

친구의 고민상담

F: 아, 그랬어? 힘들었겠네.
T: 아,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아니, 그러면 안되지. 아니, 일단 해결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니, 그렇게 하면 해결이 안된다니까.

사랑고백

F: (몇날 며칠을 고민 후 정성들여 쓴 편지를 주며)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너가 좋은 것 같아. 혹시 너는 내가 어떻니? 아, 친구로 지내자고?.. 그래... 알았어...
T: (분위기 좋은 타이밍에) 너는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다 야. 난 너가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너는? 아, 친구로 지내자고? 그래?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음, 그래도 난 너가 좋은거 같다. 혹시 마음 바뀌면 얘기해~

F: 내 여자친구를 기쁘게 하는 아름다운 선물
T: 예쁜 쓰레기. 꽃 받아서 피드에나 올리려고 하는 내 여자친구는 소셜미디어의 병폐, 현대판 노예.

전통

F: 불편하고 어렵지만, 조상들이 얼이 담긴 소중한 것들이니까 지키려고 노력해야지.
T: 아니, 왜 그건 밑에 놓고 이건 위에 놓아야 하는데? 아니, 그니까 그렇게 해야하는 논리가 뭐냐고?

종교

F: 나는 믿지 않지만 믿는 사람들을 존중해.
T: 믿는 사람들을 존중은 하지만 나한테 강요하면 죽여버릴거야.

인생철학

F: 역시 사람은 청렴결백해야지.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돼야 해!
T: 역시 사람은 능력이 있거나 돈이 있어야지.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해!

올림픽이나 월드컵

F: 우리나라 선수 이겨라!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T: 아, 어제 올림픽이었어?

기분이 우울할 때

F: 아, 우울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아.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못해.
T: 잠깐, 왜 오늘은 이렇게 우울하지? 어제와 별반 다름 없는 하루를 보낸 거 같은데. 아, 아까 그 일 때문인가? 고작 그게 뭐라고 이렇게 내 기분이 우울해 진거지? 내 감정도 컨트롤 못하다니 진짜 형편없네.

자기관리

F: 아 오늘은 공부할 기분 아니야. 오늘은 제끼자.
T: 오늘 여기를 끝내야 8개월 후에 있을 시험 까지 진도를 다 끝낼 수 있어.

방청소

F: 아, 오늘은 청소할 기분 아니야. 안할래.
T: (청소보다 우선순위의 일이 있을 때)지금 청소를 하는데 에너지를 쓰기 보다는 이거 먼저 끝내자.

조커에게 납치되어 내 목숨과 다수의 목숨을 선택해야 할 때

F: 글쎄...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의 목숨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그래도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내 목숨이 중요할거 같긴 해...)
T: 글쎄... 내 목숨을 선택해서 나는 산다고 해도 여러사람이 나의 선택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남은 생이 마음 편하지 않을 것 같은데? 비행기 조종사도 비행기를 버리고 탈출하기 보다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비행하면서 자기 목숨을 희생하잖아. 아마 그렇게 하는게 맞는 선택인거 같음.

남에게 피해주는 사람을 봤을 때

F: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
T: 저 xx는 왜 숨을 쉴까?

회식

F: 아... 가기 싫지만.. 역시 회식자리에 빠지면 선배들이 싫어하겠지?
T: 어디로 가는데? 아.. 고기뷔페? 음... 인원은 몇 명인데? 20명?? 아, 안갈래. 사람 너무 많으면 늦게 끝남.

친한 사람과 대화

F: 아, 그래? 오, 그렇구나. 맞아, 나도 그래.
T: 아, 그래서 어쩌라고? 오, 그랬는데 어쩌라고? 아니, 나는 안 그래. 아니, 논리적으로 그게 맞다고 생각해?(사실 경청해서 듣고 진심으로 고민함)

친한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F: 괜찮아? 어떡하냐.. 내가 도와줄 일은 없고?
T: 아니, 그걸 그렇게 하면 안되지. 아, 있어봐 내가 알아볼게. 세상에 해결 못하는게 어디있어.

안친한 사람과 대화

F: 아, 그래요? 오 그렇구나. 와 맞아요! ㅎㅎ(하나도 안듣는 중)
T: 아하. 네. 네.(왜 자꾸 말거는 거야?)

안친한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F: 아.. 어떻게 제가 도울일 이라도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T: (아니 애초에 저걸 왜... 어휴 ㅂㅅ)


앞서 말했듯 단순 F와 T의 차이가 아니라 INFJ와 INTJ의 차이이고, 또한 주관적인 차이이다. 모든 사람이 다 이렇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양쪽의 유형들이 대체로 이런식의 사고를 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쓰다보니 점점 뭔가 싸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내 생각에, INTJ는 남에게 피해 받는걸 극혐하는 만큼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극혐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직접적으로 주는 싸이코패스나, 남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소시오패스같은 족속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오히려 그러한 족속들을 혐오하고 그런 놈들은 만나면 죽여버리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게 INTJ다.

그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멍청한 짓거리를 하는 걸 보면 속이 터지고 답답할 뿐. 물론 그렇다고 INTJ가 엄청 지적으로 우수하냐? 그렇지도 않다. 그냥 성격이 그럴 뿐인거다. 감정보단 이성, 그리고 논리와 효율성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그 높은 기준에 따라 답답함을 느끼는 것일 뿐, INTJ가 생각하는 논리나 생각이 무조건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INTJ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쨌든 나는 내 자신을 내려놓고, 가식을 버리고 INTJ 인걸 인정하고 나니 하루하루가 편-안 하다. 공감 능력이 없는데 공감 해주려고 하는 에너지 소모가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았는가? 논리적이지 않은 그대들이 논리적인 생각을 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각해보면 좀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내 성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MBTI라는 성격유형 검사에 감사하고 찬양한다. INTJ는 한국 사회에서 꽤 고통받는 성격이라 남들과 다른 내 성격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남들과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와 더불어 남들도 그들의 성격 유형에 따라 내가 이해 못할 행동을 하는거라고 받아들이니, 아직도 공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 내가 느낀 MBTI의 최대 장점은 자신 및 타인 객관화. 나와 다르면 틀렸다는 사회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까지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있다. 근데 찾아보니 뭐, 무료로 검사하는 그 곳은 정식이 아니라고는 하는데 별로 상관없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도 대략 맞는것 같으니.

16 Persona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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