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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림이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6) 2021년 3월 26일 금요일 (생후 6일) 복통의 마무리 단계 복통은 오히려 심해졌지만 직감적으로 장속에 있는 박테리아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배출되지 않고 고통만 안겨주던 장속의 소화된 찌꺼기들이 이제서야 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쏟아내는 것도 고통스럽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박테리아들이 내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한결 편안했다. 그나저나 아림이의 육아일기를 적는 공간에 육아보다 복통과의 사투를 더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민망한 기분이 든다. 서툴러서 죄송합니다 아내의 몸조리를 위해 장모님이 우리집에 머물며 끼니 등을 챙겨주시기로 했다. 장모님과 나는 의사소통이 어렵지만(내 광동어 실력이 부족한 탓에) 그래도 어찌저찌 손짓발짓.. 더보기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5) 2021년 3월 25일 목요일 (생후 5일) 드디어 집으로 아림이의 황달수치가 드디어 232까지 떨어졌다. 아직도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250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귀가 조치 후 경과를 더 지켜보자고 한다. 나는 서둘러 아내가 요청한 옷가지와 아이 기저귀 등을 챙겨 장모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오전에는 복통이 좀 괜찮나 싶더니 오후 병원에 도착할때 쯤 다시 복통이 심해졌다. 그렇지만 드디어 아내 그리고 아림이와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 QE병원은 홍콩의 Public Hospital 중 의료 시설이나 서비스는 양호한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의시설은 좀 낙후돼 있는 것 같다. 11층 구조의 건물인데 에스컬레이터도 없다. 오래된 병원이라 그럴 수 있다고.. 더보기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4) 2021년 3월 22일 월요일 (생후 2일) 불안한 기대심 아침에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아내와 아림이에게 전날 미열이 있어서 하루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한다. 오늘 아내와 아림이를 볼 수 있다는 기대심이 컸는지 너무 아쉬웠다. 출산 후 금방 집에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마음을 비우기로 하고 며칠이 걸리든 둘 다 건강하게 귀가하기만 바라기로 했다. 아내가 간간히 보내주는 땅콩 같은 아림이의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일단 회사에 연락했다. 아내가 아직 병원에 있어서 아내가 병원에서 돌아오면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출근을 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 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공허한.. 더보기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3) 2021년 3월 21일 일요일 (생후 1일) 오늘부터 1일 아림이와 가족이 된지 1일째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아내와 아림이는 건강 체크를 위해 병원에 머무르고 나는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둘이 언제 집에 올지 모르니 육아휴직을 언제부터 써야할 지 잘 몰라서 일단 회사에는 특별히 얘기하지 않고 대기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저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며 아이에 관련된 정보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입맛도 딱히 없어서 점심 저녁을 그저 라면으로 때웠다. 아림이는 아내를 빼다 박았다. 눈두덩이가 튀어나온것 부터 해서 귀 모양, 코 모양 그리고 울거나 찡그리는 표정까지 모두 아내와 아주 닮았다. 물론 그 와중에 내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보면 거의 .. 더보기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2) 2021년 3월 20일 토요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미안함 드디어 출산의 아침이 밝았다. 서둘러 준비를 마친 뒤 병원으로 출발하려던 찰나, 병원 관계자에게서 점심 이후에나 천천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오전 9시 아내의 상황은 Room B4(분만실/Labor Room)으로 옮겨 양수를 터뜨린 후 대기 중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출산 준비가 완료되려면 아림이가 나올 수 있을 만큼 아내의 자궁이 충분히 열려야 하는데 그 시간이 특히 초산인 경우는 꽤 오래 걸린다고 한다. 여차하면 하루도 꼬박 넘길 수도 있는지라 굳이 남편이 빨리 와서 대기할 필요는 없다는 병원의 설명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철저하게 병원의 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한번 분만실로 들어가면 식사는 커녕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병.. 더보기
홍콩턱돌이의 육아일기 (1) 2021년 3월 19일 금요일 아내의 준비성 뱃속의 아이가 태어날 예정일은 4월 1일로 약 2주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내와 나는 출산 전 마지막 태아 정기검진을 위해 침사추이의 Zenith Medical Centre로 향했다. 금요일 오전 근무 후 오후에 반가를 써서 검사를 받고 바로 집에서 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후 예약을 제안했으나 아내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오전에 검진을 받는 편이 낫다고 했다. 여기서 혹시 모를 상황이란, 검사 결과에 따라 조기 출산이 요구되는 경우 바로 병원으로 가서 출산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이왕이면 이른 시간에 병원에 입원해서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내의 이런 판단에 나는 기우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결국 아내의 판단이 옳..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