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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홍콩에서의 월급과 집값, 그 변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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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지낸지도 어언 8년이 다 되어 간다. 무일푼에 경력도, 학력도 부족하던 내가 어떻게 홍콩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지 간단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홍콩 생활의 시작 - 2017년

 
2017년,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결혼을 했다. 당시 한국에서 결혼식은 추후에 올리기로 하고 홍콩의 혼인식고식 정도만 하고 같이 살기 시작했다. 신혼생활은 도시 외곽의 조용한 동네에서 시작했다.

첫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빌라형태의 건물의 방 3개짜리 20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바퀴벌레와 도마뱀이 수시로 튀어나오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웠다. 주변에 상권이 없어서 마트를 가려고 해도 미니버스라는 유일한 대중교통을 타고서 30분 정도 거리의 시내를 나가야만 했다. 다만 월세가 8,000 홍콩달러(약 120만 원)라서 홍콩의 보편적인 집값에 비해 아주 저렴했기에 나와 아내 2인 가족으로서는 만족하며 살았다.
 
당시 직장이 없어서 파트타임 한국어 강사 일을 시작했다. 시급은 200 홍콩달러(약 3만 원)였고, 강의가 항상 있는게 아니다보니 한 달에 약 50만 원에서 100만 원 남짓 벌며 근근이 생활했다. 이 시절엔 아침에 삶은 계란 하나, 저녁엔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로 하루를 때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다 보니 10키로가 빠지기도 했다.
 
물론 와이프도 직장이 있었지만, 남편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내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 스스로 평범한 수입이라도 만들어 내고 싶었다. 앞으로 결혼식도 해야하고, 아이도 가지려면 100만원도 안되는 벌이론 택도 없었다. 그래서 먹는걸 아껴가며 살았었다.
 
그렇게 한두달 지났는데 이렇게 사는건 답이 없다고 느꼈다. 제대로된 직장이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빌라(월세 약 120만원)
직장: 파트타임 한국어 강사 (월 수익 약 50-100만원)


첫 직장과 월급의 변화 - 2021년

한국어 강사로 일하면서 남는시간에 앱 개발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인지 iOS 개발을 하고싶었고, 당시 약 1만 홍콩달러(약 150만원)를 주고 맥북을 덜컥 샀다. 당시 돈이 없어서 맥북은 아내에게 돈을 빌려서 매달 값아나가기로 하고 큰맘먹고 구입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맥북으로 개발 공부를 하면 뭐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것만 같았다. 집에서 하루 10시간씩 개발 공부를 했고, 그렇게 6개월 정도 후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앱에 광고를 넣어서 광고 수입으로 어느정도 추가 소득이 생길 줄 알았다. 물론 아주 순진한 생각이었다. 당연히 기초 수준으로 만든 앱이 잘 될리가 없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이상적인 플랜 A일 뿐이었다. 플랜 B도 있었다. 앱을 혼자 출시해본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작성해서 이력서를 돌렸다. 몇 군대 연락이 왔고 면접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운이 좋게도 한두달 구직활동 후 작은 스타트업에 iOS 개발자로 취업 오퍼를 받았다. 홍콩 로컬회사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없는 나였는데, 아마 열정 하나만 보고 고용을 결정한 것 같다.

2017년 12월부터 출근하기 시작했다. 첫 월급은 17,000 홍콩달러(약 250만 원)였다. 갓 대학 졸업자들 평균 수준의 월급이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1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점프한 거라 당시에는 매우 기뻤다.
 
외국인이라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 영어도 부족하고 광둥어는 아예 못하니, 커뮤니케이션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개발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였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인지 이후 매년 연봉 협상을 통해 월급이 10~20%씩 올랐다. 4년 차에는 25,000 홍콩달러(약 360만 원)까지 받았다. 아직도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25,000 홍콩달러는 한국 연봉으로 4,300만원 수준이었는데, 홍콩의 집세나 생활비를 따져보면 삶의 질은 연봉 3천정도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대신 홍콩은 세금이 한국에 비해 낮고 의료 보험같은 고정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거의 없는 데다가 낮은 연봉인 경우 세금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4,300이 세후 연봉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연봉 3천보다는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다.
 
2020년에는 아내가 임신했다. 더이상 주변에 마트도 없고 병원도 하나 없는 낙후된 곳에 살기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2020년 7월경 장인장모님 근처의 월세 약 12,000 홍콩달러(약 170만원)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방 두개짜리 15평정도 되는 크기인데, 한국의 집과 비교하면 코딱지만한 크기지만, 홍콩에선 12-15평이면 국민평수에 해당한다. 비록 위치는 여전히 홍콩의 중심가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지만, 그래도 주변에 버스나 전철이 있고 상가건물도 충분했다. 병원 접근성도 좋았고, 아이가 태어나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기도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장인장모님 근처라, 장모님이 애를 봐주실 수 있고 같이 식사를 할수도 있었다. 홍콩에는 헬퍼를 고용해서 아이를 보도록 하는게 보편적이지만, 아이를 헬퍼에게 맡기는게 좀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월 약 8,000달러 정도(약 120만원) 장모님께 드렸지만 수고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었다.
 
집: 아파트(월세 약 170만원)
직장: 스타트업 iOS 개발자 4년차 (연봉 약 4,300만원)


이직과 자가 구매 - 2022년

2022년 5년차 개발자로서 경력이 쌓이고, 연봉도 높아지니 그래도 먹고 살만해져 갔다. 다만 여러 고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회사 사정도 안좋아 지면서 회사의 비전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작은 회사다 보니 인재풀이 작아서 iOS 개발자로서의 커리어에 대한 뱡향이나, 내 현 수준에 대한 점검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계속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2021년 아이가 태어나고 여러 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25,000 홍콩달러도 결코 여유있는 금액이 아니게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맞벌이라 크게 부족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저금도 하고 아이가 커가며 지출이 커질것을 생각하면 결코 넉넉한 수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2022년 초부터 이직을 생각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3-4개월 정도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는데, 2022년 7월, 운이 좋게도 꽤 큰 회사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희망연봉을 35,000 홍콩달러(약 520만원)으로 조금 깎일 것을 감안하고 꽤 높게 불렀는데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졌다. 25,000 달러에서 35,000의 수준으로 기본급이 오른데다가 전 직장에서는 없던 연말 보너스도 포함된다고 했다.
 
사실 왠만한 홍콩 회사는 더블페이라고 해서 연말에 기본적으로 기본급만큼의 보너스를 주는게 관행아닌 관행인데, 전 직장은 워낙 작은 스타트업이라 없었던 것. 결론적으로 보너스 까지 합하면 연봉 수준이 전에 비해 50%정도 상승하게 되어 약 6,800만원정도가 되었다.
 
새 집으로 이사 한 후 아이도 태어나도 이직도 되면서 새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다. 우리는 살고 있던 그 집을 구매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당시 집값은 폭등한 상태인데다가 코로나 이후 금리가 오르고 있어 집을 사기 적절한 시기는 아니었다. 당시 살고 있던 집은 약 660만 홍콩달러(약 10억) 수준까지도 거래가 되었고, 고평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적절한 가격의 다른 매물이 나오길 기다렸다.
 
2022년 9월, 시기는 적절하지 않았으나 약 560만 홍콩달러(약 8억 5천) 급매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그곳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10%는 다운페이먼트로 지불하고 나머지 90%는 30년 모기지로 갚는 것으로 계약했다. 비록 금리나 여러 상황으로 봐서 집값이 30%는 더 떨어질 것으로 개인적으로 판단했지만, 투자 목적의 구매가 아니고 어차피 월세가 나가는 것이나 은행 이자가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고, 더불어 자가를 가지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안정감도 가족의 행복에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정말 30%가 더 떨어져서 현재는 460만 홍콩달러(현 환율 기준 8억 5천)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모기지는 월 약 20,000-22,000 (약 400만원) 정도 나가고, 세금 및 관리비 까지 하면 매월 약 450만원씩 나간다고 보면 된다.
 
집: 자가 아파트(모기지 및 세금 약 450만원)
직장: 중견회사 iOS 개발자 5년차 (연봉 약 6,800만원)
 


현재의 생활과 앞으로의 목표 - 2024년

이직한 직장에서 1년을 보내고 승진도 하게되었다. 현재는 약 40,000 홍콩달러 (약 700만원)을 받고 있는데 덩달아 환율까지 올라 연봉수준으로 따지면 한화 9천만원 가량이 된다. 물론 환율이라는게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고, 홍콩의 집값이나 생활비를 생각하면 삶의 질은 한국의 9천만원 수준이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모기지와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지출이 적진 않지만, 아내와 나는 맞벌이를 하고 있고 큰 과소비를 하지 않아서 충분히 저금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나는 지금 내 능력에 맞거나 혹은 다소 과분하게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홍콩에서 이정도 연봉은 사실 높은 편이 아니다. 물론 분명 적은 금액도 아님에는 분명하고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하다고 생각하지만, 홍콩에서 좀더 중심부에 살게되면 월세는 기본 2-3백이 넘어가고, 그런곳에 사는 사람들의 연봉은 억대는 기본으로 받는다.
 
물론 나는 그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스스로와 비교하고 싶다. 남들과 비교하면 내 스스로를 자꾸 깎아 내리게 된다. 나는 그동안 그래왔듯 내 능력과 상황에 맞춰서 지출과 소득을 조절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집: 자가 아파트(모기지 및 세금 약 450만원)
직장: 중견회사 iOS 시니어 개발자 7년차 (연봉 약 9,000만원)


마치며

30대 중반이 된 지금 되돌아보니, 월 100만원도 못 벌던 한국어 강사부터 시작해서 연봉 9천만원 시니어 개발자 까지 7년간 꽤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 속에서 나름대로 버팅기고 있어 보니 첫 시작에 비해 연봉 8배 이상이 올랐고, 아이가 생겼고, 내 집이 생겼다. 비록 아직도 거의 대부분이 은행 소유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이런 평범함을 영위하는 것 조차 꽤나 큰 노력이 필요했다. 일론 머스크 처럼 역사적인 전기차 회사를 설립한 것도 아니고 한강 작가처럼 노벨 문학상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성과를 이룬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내 위치에서 내 할일을 내 능력에 맞게 천천히 해왔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운이 좋았고, 주변의 도움이 항상 있었다.
 
나는 항상 부족했었고, 지금도 부족하고 앞으로도 부족할 것 같다. 다만 그래도 나는 전에 비해 분명히 발전해왔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서툴고 부족한 나에게 이 글을 통해서라도 내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아마 이 글 이후로 계속 또 자책하고 혐오하고 포기하고 싶은 나날들이 이어질 것 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내 자리에서 묵묵히 버팅기고 서 있어 보자. 그러다 보면 또 한 걸음이라도 나아진 내 모습에 다시 칭찬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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