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9일 금요일
아내의 준비성
뱃속의 아이가 태어날 예정일은 4월 1일로 약 2주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내와 나는 출산 전 마지막 태아 정기검진을 위해 침사추이의 Zenith Medical Centre로 향했다. 금요일 오전 근무 후 오후에 반가를 써서 검사를 받고 바로 집에서 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후 예약을 제안했으나 아내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오전에 검진을 받는 편이 낫다고 했다.
여기서 혹시 모를 상황이란, 검사 결과에 따라 조기 출산이 요구되는 경우 바로 병원으로 가서 출산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이왕이면 이른 시간에 병원에 입원해서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내의 이런 판단에 나는 기우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결국 아내의 판단이 옳았다. 검사 결과 아이의 허리둘레가 평균 이하이며 양수도 적은 편이라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
BPD(Biparietal Diameter): 머리 직경
HC(Head Circumference): 머리 둘레
AC(Abdominal Circumference): 복부 둘레
FL(Femur Length): 대퇴골 길이
EFW(Estimated Fetal Weight): 예상 태아무게
AFI(Amniotic Fluid Index): 양수 지수
이때 아림이는 38주 차로 복부 둘레 같은 경우 평균보다 2주 정도 성장이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양수 지수도 8cm 미만인 경우 적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해당 결과를 근거로 태아의 영양섭취에 다소 문제가 있을 확률이 있으므로 조기 출산을 통해 영양 섭취를 원활히 해주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의견에 따라 Queen Elizabeth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물론 급박한 상황은 아니므로 우리는 일단 천천히 점심을 먹으며 출산에 관한 사항에 대해 여유 있게 의논했다. 내가 고른 점심은 한식. 아림이에게 태어나기 전 마지막 뱃속에서의 만찬으로 한국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결국 마지막 식사는 병원밥이 되었겠지만.
두근두근 출산 대기
Queen Elizabeth 병원, 즉 QE는 홍콩 침사추이에 있는 Public Hospital 중 한 곳이다. 원래는 Tuen Mun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지만, 아내의 의견에 따르면 QE가 시설이나 서비스면에서 훨씬 낫다고 하여 이곳을 선택했다. 사실 원래는 병원을 고르고 싶다고 고를 수 있는 건 아니고 주소지에 따라 가장 가까운 병원이 배정된다. 하지만 아내의 직업이 공무원이므로 그에 따른 혜택 중 하나로 출산을 위해 원하는 병원을 고를 수 있었다.
QE의 단점은 집과의 거리가 꽤 멀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약 1시간 30분은 걸리고 택시를 타도 30분 정도 거리에다가 요금이 HKD 500 정도로 만만치 않다. 그래서 원래는 드라마에서 보던 대로 갑자기 아내가 진통을 느끼거나 양수가 흐르는 상황이 발생하면 빠르게 짐을 챙겨 택시를 불러 타고 QE로 가서 출산을 하는 다급한 상황을 상상했었는데, 그런 급한 상황이 생기지 않은 것에 첫 번째 안심, 그리고 택시비가 굳은 것에 두 번째 안심을 했다. 어쨌든 아내의 짐은 필요하기에 아내는 곧장 병원으로 향하고 나는 집으로 가서 아내의 짐과 아이의 짐을 챙긴 후 다시 병원으로 가서 아내에게 챙겨간 짐들을 전달했다.
병원의 정밀검사 결과 Medical Centre의 의사의 의견과 동일하게 양수 부족으로 조기 출산을 진행하기로 했다. 태아는 충분히 성장한 상황이므로 이른 출산이지만 문제는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분만일은 다음날 아침으로 정해졌고 나는 일단 귀가 후 다음날 다시 상황에 따라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첫 아이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초보 아빠는 설렘과 불안함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다음날 아침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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